별에 헤매이는 낮

작성자: Coral Echidna, 2 주일 전에, 코딩언어: Plain Text, 조회: 19 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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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년 동안 현대 미술을 가르쳐온 프란츠 호엔하우어 교수는 왜 그토록 앞길이 밝던 마이크 딜링햄이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. 만약 딜링햄이 무사히 졸업한 뒤 꾸준히 활동했더라면, 분명 이름높은 화가가 되었을 것이다. 그는 그만큼의 열정과 재능이 있었다. 하지만 그는 졸업작품전에서 일을 치고 말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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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3. "졸업작품전은 잘 봤다네. 어려운 일을 잘 해내줬어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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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5. 호젠하우어 교수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이 학생을 내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. 딜링햄만큼 재능있고 열정적인 학생은 호젠하우어 교수가 그동안 가르치면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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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7. "감사합니다. 교수님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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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9. 딜링햄은 예의 바른 태도로 대답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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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1. "그런데 자네 그림에 정신자 요소가 들어있더군. 그것 때문에 자네 작품이 작품전에서 내려간 걸세.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. 나도 자네가 정신자가 들어갔는지 알 도리가 없었으리라는 건 짐작하니 말일세. 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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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3. 호젠하우어 교수는 딜링햄이 이번 일로 너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. 정신자가 처음 알려졌을 때도 많은 예술가가 자신들의 작품에 정신자를 넣어보고 싶어 했다. 정신자가 담긴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강력한 자극은 예술가들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색깔의 물감과도 같았다. 지금은 모두가 그 시절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지만 말이다. 정신자에 대해 잘 몰랐을 딜링햄은 단지 어느 날 그려낸 자신의 신비한 그림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. 그리고 그 그림을 더욱 발전시켜 졸업작품전에 내보냈을 것이다. 딜링햄의 열정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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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5. 그러나 딜링햄은 호젠하우어 교수의 믿음을 산산조각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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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7. ".....사실 알고 있습니다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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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9. "설마 의도적으로 삽입한 것인가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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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21. ".....예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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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23. 호젠하우어 교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. 어떻게 정신자 요소를 알고 집어넣었는지도 문제였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신자 요소를 집어넣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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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25. "자네는 정신자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? 자네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었지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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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27. "하지만 교수님, 이건 정말 아름다운 겁니다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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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29. 호젠하우어 교수는 딜링햄의 변명을 듣고는 할 말을 잃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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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31. "아름답다고? 지금 자네가 한 짓이 무엇인지 똑바로 알고 있기나 한가? 정신자가 인간의 뇌를 어떻게 자극하는지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도? 예술이라는 이름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네.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어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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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33. "교수님은 제 작품을 보시지도 않고 판단하시는 건가요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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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35. 딜링햄은 자신이 무엇을 그렸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.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잘 알았다.  정신자는 어떤 식으로든 두뇌에 강력한 자극, 아니 충격을 준다. 충격이 강력할수록, 환상적이고 춤추는 빛깔이 나타난다. 하지만 그런 충격은 우리 뇌신경에게는 전혀 익숙하고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. 딜링햄은 작업을 하며 붓질 한 번 잘못하면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의 신경을 말 그대로 태워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. 왜 정신자라는 도구가 완전히 사라졌는지 짐작이 갔다. 만약 물감 색을 바뀌기만 해도 재앙이 일어날 수 있었다. 하지만 딜링햄이 원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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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37.  그는 교수님도 한 번만 그의 작품을 보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. 하지만 호젠하우어 교수에게 그 한 번은 불가능한 일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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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39. "모두 자네 작품이 아름답다고 하더군. 하지만 그게 뇌를 망가뜨리고 세뇌하는 건지 어떻게 아나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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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41. "......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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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43. "오히려 난 자네 작품을 본 사람마다 다 똑같이 말하는 게 더 이상했다네. 그래서 검사를 했더니 정신자가 검출되었고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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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45. "저는 이제껏 아무도 보지 못한 새로운 광경을 보여준 것뿐입니다만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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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47. "내가 보기에는 자넨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어. 그런 사람은 자네가 처음이 아니었다네. 그중 한 사람은 뉴욕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에서 정신자 살해 홀로그램을 틀었지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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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49. "저는 다릅니다. 이건 정말 예술이라고요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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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51. "그 인간도 그렇게 말했었지. 자네 같은 사람은 예술을 하면 안 돼. 자네는 졸업장을 받지 못할 걸세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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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53. "교수님. 한 번만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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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55. 호젠하우어 교수는 차라리 딜링햄이 처음부터 예술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. 항상 더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그의 열정이 정신자라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을 사용하게끔 그를 이끌고 말았다. 만약 그 열정을 다른 일을 하는 데 사용했다면 분명 딜링햄은 인정을 받으며 살 수 있었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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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57. "조금 전에 정밀검사 결과가 나왔더군. 그걸로 대신하지. 나가보게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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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64. 요청하신 대상의 정밀 검사 결과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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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66.  검출된 정신자 요소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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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69. 첫 번째 정신자 요소는 잠재의식 속의 기억을 발현시킵니다. 이 발현되는 기억은 만유인력 공식과 별자리 표에 대한 기억으로 보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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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71.  두 번째 정신자 요소는 후두엽을 자극하여 특정한 화상을 보여주는데, 이 화상은 첫 번째 정신자 요소가 발현시킨 기억을 이용하여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. 또한 이 화상은 체내에서 인식하는 시간에 맞추도록 하였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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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73. 주목할 만한 점은, 대상의 정신자 요소는 대단히 적은 자극을 요구합니다. 또한, 특정한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 또한 검출되지 않았습니다. 아마도 의도적으로 어떠한 화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만 모든 요소를 구성한 것 같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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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75. 자세한 보고서는 첨부 파일을 참조해 주십시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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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85. 딜링햄은 큼지막한 캔버스를 들고 겨우 건물 문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. 그러고보니, 그는 이 작품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 정확히 말하자면, 제출일 바로 아침까지 붓질하느라 붙일 시간이 없었던 거지만. 딜링햄은 지친 몸을 이끌고 하늘을 보았다. 밝고 따스한 봄낮이었지만, 그는 별 하나하나를 세어 볼 수 있었다. 천천히 지평선을 향해 별빛을 헤험쳐 나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는 이 그림의 이름을 생각해냈다. '별에 헤매이는 낮'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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